소마이 신지 감독의 이사(1993) 관람 후기|CGV 아트하우스

2025. 8. 9. 13:38리뷰/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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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일러복과 기관총, 태풍 클럽을 연출한 소마이 신지 감독의 대표작 '이사'가 2025년 7월 26일 국내 개봉했다. 일본 현지에서는 1993년 개봉했던 영화로 원작은 히코 다나카 작가의 <두 개의 집>이라는 소설이다. 주인공 '렌'이 부모의 이혼을 겪으며 내·외적으로 겪는 고통과 갈등, 그로 인한 성장을 내용으로 한다. 당해 칸 영화제 초청작으로 소개됐으며 '아이의 성장'을 촬영 기법·연출·각본 면에서 모두 아이의 시선 그대로 깊게 탐구했다고 평가받는다.
 1998년 씨티극장에서 행사성으로 상영된 적은 있지만 일반적인 개봉은 아니었기 때문에 제외하고 보자면 소마이 감독의 대표작 중 국내 2번째 개봉된 영화이다. 다만 연식이 좀 있다 보니 4K로 리마스터해 개봉됐다. 메가박스와 CGV에서 관람할 수 있다.
 오늘은 감독에 대한 대략적인 소개와 영화의 간략한 줄거리, 총평을 작성할 예정이다.

소마이 신지 감독 이사(1993)

목차

  • 감독 소개
  • 이사(1993) 줄거리
  • 총평

감독 소개

 영화를 상당히 즐기는 편이 아니라면 국내에서는 존재를 인지할 수 없는 감독들이 세상엔 정말 많다. 소마이 신지 감독은 80년대 일본 영화계 주요 감독으로 일본 영화사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인물이지만 국내 개봉작이 적다 보니 흔히 '시네필'이 아니라면 생소할 수밖에 없다. 굳이 라포를 쌓자면 인터넷 세상을 유령처럼 배회하다 보면 이 감독과의 연결고리를 찾아볼 수 있다.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인 <세일러복과 기관총>의 동명 원작 소설 속편을 실사화한 <세일러복과 기관총-졸업->의 주인공 역을 천년돌 하시모토 칸나가 맡았고 이 영화가 '짤'의 형태로 인터넷에 많이 돌아다녔기 때문이다. 그래도 잘 모르겠다면 건강한 삶을 영위하고 있는 자신에게 박수를 보내자.
 소마이 신지 감독은 작가주의를 지향하는 영화감독 중 보기 드물게 필모그래피 전편의 각본을 전문 각본가에게 위임한 감독이다. 만화나 소설을 원작으로 한 각색 작품의 비중도 상당히 높다. 감독은 각본을 쓰진 않지만 각색과 연출, 촬영 면에서 첨탑을 세웠다. 촬영에 있어 롱테이크를 상당히 잘 쓰고, 작품 내에서는 인간의 고민과 성장을 우화적이고 정열적으로 풀어내는 점을 특징으로 볼 수 있다.
 이런 특징들로는 영화를 접하지 못한 분들께 가 닿을 수 없을 것 같아 속되게 한 줄 더 적는다. 일본 영화계 거장으로 불리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넘어서고 싶어'했던 감독이다.


이사(1993) 줄거리

줄거리 이전에

 서두와 감독 소개에서 감독 칭찬을 입이 마르도록 했지만 사실 이 작품은 내 취향과 거리가 있다. 액션을 제외하면 '롱테이크'라는 기법 자체가 눈에 익지 않는 불편함을 수반한다고 느끼고, 장면이 아닌 서사 자체로 변질되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내게 롱테이크, 롱샷은 액션을 제외하면 사실 너무 사실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지루하기까지 하다. 소마이 감독의 작품 대부분이 롱샷과 롱테이크를 아주 주요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세일러복과 기관총>, <태풍 클럽> 같은 고자극의 비주얼라이징이 필수불가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소마이 감독의 대표작이 <이사>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확고하게 생각한 취향의 영역까지 '이러면 괜찮잖아.' 식으로 융해해 버린 지점에 있다. 연출과 촬영에서 오는 감정을 중심에 두고 감상하면 좋은 영화다.

줄거리

 주인공 렌은 아빠 켄이치, 엄마 나즈나와 무척 사이가 좋다. 일반적 화목함 이상으로 사랑을 넘치게 받은 '사랑받은 티'가 많이 나는 아이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의 시작은 그렇지 않다. 영화는 한 변이 짧고 양 변이 긴 삼각형의 식탁에서 시작된다. 렌은 짧은 변에 앉아 켄이치와 나즈나를 보며 식사를 하고, 나즈나와 켄이치는 긴 변에서 서로를 엇갈리게 마주 보며 식사를 한다. 켄이치는 나즈나가 하는 잔소리가 싫다. 켄이치와 나즈나는 동시에 간장을 집지만, 켄이치는 채소에 간장을 뿌리고는 자기 앞에 둬버리고 나즈나는 손을 멀리 뻗어 간장통을 가져간다. 둘은 다투고 켄이치는 방에 들어가 한숨을 쉬고는 혼자 밤산책을 나선다. 나즈나는 켄이치에게 같이 가자고 조르는 렌에게 '혼자 가게 두도록'한다. 렌은 자기 방으로 올라가 물구나무를 선다. 영화의 제목이 올라오고 이야기가 시작된다. 정리하자면 가정이라는 식탁에서 아주 짧은 변만 쥔 채 켄이치와 나즈나의 엇나감을 바라보던 렌, 렌은 비바람 부는 방에서 창문을 열고 물구나무를 선다. 이 프롤로그에 사실상 영화의 모든 내용이 함축되어 있다.
 렌은 학교에서 편부모 가정의 친구들을 등한시하는 그룹에 있었다. 하지만 나즈나와 켄이치는 이혼을 합의하고 있는 중이었고 켄이치는 이사 갔다. 나즈나는 렌에게 '아빠를 찾지 않는' 규칙을 강제하고 켄이치는 가정의 속박이 무거워 도망쳤다. 렌이 친구들과 함께 무시하던 편부모 가정의 친구는 단번에 렌의 사정을 알아보고는 지체 없이 따뜻한 손길을 내밀지만 렌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렌은 나즈나와 켄이치의 화해를 위해 시위도 해보고 축제도 가보고 여행도 종용해 봤지만 어떤 균열도 메워지지 않는다.
 마지막 여행에서 켄이치는 나즈나에게 다시 같이 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하지만 나즈나는 이미 충분히 지쳤다. 렌은 자리를 피하고 켄이치는 렌을 쫓아가 '왜 자신이 떠났는지'를 털어놓지만 렌은 이해하지 않는다. 렌은 나즈나와 켄이치를 호텔 로비와 호숫가에 둔 채 축제가 열린 근처의 마을을 뛰어다니다가 집 앞을 청소하던 할아버지가 뿌린 물을 맞고 쓰러진다. 할아버지는 렌을 살뜰히 챙기고 죽은 아들 얘기를 해주고는 축제 구경을 시켜준다. 강가에서 할아버지와 축제 구경을 하던 렌을 뒤늦게 발견한 나즈나는 렌을 붙잡으려 하지만 렌은 할아버지와 인사하고 멀리 도망친다.
 산을 넘어 파도치는 호숫가에 불을 지피고 잠들었던 렌은 호수 멀리서 떠내려온 용가마의 환상을 보며 어릴 적 켄이치, 나즈나와 함께 축제를 즐겼던 일을 회상한다. 하지만 환상 속 용가마는 불타고 켄이치와 나즈나는 어린 시절의 렌을 두고 사라진다. 렌은 혼자 남은 어린 시절의 렌을 안아주고, 작별한다. '축하해, 축하해, 축하해'
 나즈나는 뒤늦게 렌을 찾았고 렌은 아무렇지 않게 나즈나와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며 크레딧이 올라간다. 크레딧 옆에서는 렌이 자라는 모습이 연극처럼 나온다. 렌은 모두와 밝게 인사하며 나무 틈으로 퇴장하고, 무거운 가방을 메고 교복을 입은 렌이 우리에게 다가오며 영화는 암전 된다.


총평

영화 이야기

 소마이 신지의 이사는 보기 드문 영화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가 그대로 주인공인 점도 그렇고, 오로지 아이의 시점만 유지하며 아이의 성장을 조명한 점이 그렇다. 렌의 부모는 사실 모두 '좋은 사람들'이다. 켄이치와 나즈나는 렌과 정말 터울 없이 지내고 충분한 사랑을 전하며 산다. 렌이 겪는 결핍은 애정이 아니다. 렌이 겪는 결핍은 소통의 부재와 아이가 '아이'로 취급됨이다. 렌의 훌륭한 부모들은 안타깝게도 렌처럼 어린 부모들이다. 해서 자신들의 아픔에 굳은살 베지 못해 소리쳐 아파하며 이별한다. 렌은 그 모든 비명을 보고 있지만 부모들은 꼭 그 비명이 없다는 것처럼 렌에게 말하고 시치미를 떼며 날을 세운다. 이 괴리 안에서 렌은 씩씩하게도 자신이 취해야 할 자세를 더듬고 끝내 찾아낸다. 그리고 감독은 아이가 불놀이에서 떠나 한밤중의 깊은 산을 오르는 장면을 상당히 긴 테이크로 가져가며 영화를 한번 더 함축한다. 원작 소설에서보다 더 성장의 고통에 집중한 면모로 보인다.

‘아름다운 성장’의 허구성

‘딛고 일어남’의 미학은 정복적 카타르시스에 기인한다. 고비를 넘김의 쾌락이 성장의 미학으로 간주되는 일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고 언덕 너머엔 보상이 있으며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가 그 속의 오아시스 때문이라고 믿는 현상들이 그렇다. 이 말들은 위험하다. 모든 실패는 개인 노력의 부재로 절하하고 보상이 없는 모험을 낭비로 단락 하며 해소 없는 시련을 결코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의 성장은 분명 고통과 인내에서 출발하지만 결코 모든 고통과 인내가 성공으로 귀결될 수 없다. 때문에 ‘아름다운 성장’은 허구적이다. <이사>는 모든 단추를 제자리에 끼운 영화로 보인다. 렌의 성장 서사가 직관적으로 아름답지 않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렌이 이룬 성장은 우리가 아는 ‘아름다움을 내포한 성장’과 거리를 둔다. 렌이 성장한 방향은 아픔과 슬픔에 대해 직관한 뒤, 손쓸 수 없는 상황에서 더 이상 타인마저 괴롭게 하지 않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는 분명 슬픈 방식이지만 현실의 인간이 성장하는 방향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를 외적 상황에 의한 타협이 아닌 ‘성장’으로 정의하는 일은 씁쓸하지만 현실적이며 그로 인해 실용적이다. 이 현실성으로 우리를 위로한다.

평점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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