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색대문 관람 후기|CGV 박찬욱관

2025. 8. 4. 19:38리뷰/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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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 CGV 박찬욱관은 CGV 아트하우스 상영관 중 가장 크다. 지난주 이즈옌 감독의 로맨스 영화 남색대문을 용산 CGV 박찬욱관에서 보고 왔다. 상영관은 영사와 음향 모두 준수한 관계로 별도 언급하지 않을 예정이며 '남색대문'의 후기만 쓸 예정이다. '박찬욱관'에 대한 박찬욱 감독의 소회를 전하며 글을 시작한다.

“아직 젊은데 ‘헌정’ 이라니 원로 대접 받는 것 같아 어색합니다. 저를 비롯해 허진호, 김지운, 봉준호 등 우리 세대 감독들이 60~70대까지 현역으로 열심히 활동해서, 앞으로 50대 중반 나이에 ‘헌정 당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 박찬욱 영화감독

들어가며

 오래된 영화들은 TV나 노트북으로 보면 도무지 맛이 안난다. 특히 외화일수록 그렇다. 그래서 코로나 이후 극장가에 부는 재상영-예술영화 상영이 참 반갑다. 지난주 보고 온 '남색대문' 역시 집에서는 온전히 즐기기 힘든 영화다. 픽셀의 티 남이 아닌 빛의 뭉개짐으로 느껴야만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장면의 아름다움이 진한 영화라서 그렇다. 계륜미 배우를 '말할 수 없는 비밀'을 통해 알게 됐는데, 계륜미 배우와 똑같은 얼굴의 배우가 나와서 놀랐다. 계륜미 배우의 데뷔작이었다. 대만에서는 2002년 개봉했지만 한국에서는 2021년 처음 개봉했던 탓에 헷갈렸던 것이다. 남색대문은 2000년대 초반 로맨스 영화 초 강대국 대만의 그 감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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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봉 영화 추천 남색대문

목차

  • 남색대문
  • 총평

남색대문

줄거리

 "전갈자리, O형, 기타클럽 수영부." 장 시하오를 좋아하는 린 위에전은 멍 커로우(계륜미)에게 자기가 시하오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말하며 시하오와 대신 친해져 자신과 시하오를 이어달라고 밀어붙인다. 린 위에전은 시하오가 쓰던 수경, 농구공, 운동화, 볼펜까지 훔쳐 모은다. 좋아하는 사람이 쓰던 펜으로 그 사람의 이름을, 잉크가 떨어질 때까지 쓰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며 공책에 '장 시하오'를 쓰고 쓰고 또 쓴다. 밤이면 학교 옥상 수영장에서 경비 직원 몰래 수영을 하는 시하오 ¹, 위에전은 커로우를 데려가 몰래 시하오가 수영하는 모습을 본다. 커로우는 시하오에게 소리를 지르며 "얘가 할 말 있대!" 한다. 하지만 위에전은 도망가고 시하오는 커로우가 자신에게 관심이 있으면서 얼버무린다고 착각한다. 커로우는 민망한 상황에 혼자 집으로 돌아간다. 그 뒷모습을 향해 시하오는 "전갈자리, O형, 기타 클럽 수영부"라며 자기소개를 한다.
 위에전은 시하오에게 쓴 편지를 커로우에게 전달해 달라고 한다. 하지만 비겁한 위에전은 편지에 자기 이름이 아닌 커로우의 이름을 적었다. 그런데 다음날 그 편지가 학교 바닥에 붙어있다. 누군가 그 편지에 '토나와'라는 코멘트도 남겨뒀고 커로우의 책상에도 낙서를 해뒀다. 커로우는 위에전에게 화내지만 극한의 이기주의적 회피인간 위에전은 모른 척하고 다른 친구들과 논다. 커로우는 홧김인지 본인에 대한 정리인지, 시하오와 사귀는 것처럼 지내고 체육 선생에게 '나와 키스하고 싶냐'라고 묻는다. 위에전은 커로우에게 '시하오와 사귀는 거 아니지?' 말하며 커로우와 다시 친하게 지내고, 커로우는 시하오와의 관계를 정리한다. 커로우는 위에전을 좋아한다. 시하오에게 위에전을 이제야 소개해주는 커로우. 하지만 시하오는 아직 여전히 커로우가 좋다. 그래서 시하오는 위에전을 거절하고 위에전은 제법 손쉽게 시하오를 미워한다. 그렇게 커로우와 위에전은 멀어지고, 시하오는 커로우를 사랑하고, 커로우는 엄마에게 ''아빠가 떠났을 때 어떻게 버텼어?' 물어보며 영화는 끝난다.

질문

 청춘영화다.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고 답 없는 행동들로 겹겹이 쌓인 답 없는 상황 속에서 그 누구도 답에 도달하지 못한 채 끝난다. 밤의 옥상 수영장과 길거리, 바다, 학교. 그들은 밤낮없이 쏘다니고 끝도 없이 물어온다. 네가 나한테 궁금한거 아니고? 왜 나랑 안 사귀냐고? 장 시하오랑 안 사귀지? 선생님 저랑 키스할래요? 내가 좋아하는 게 여잔지 남잔지 모르겠어. 엄마는 아빠가 떠났을 때 어떻게 버텼어? 온 세상의 모든 것, 심지어 '나' 마저도 모르는 것이고 누군가 무언가 나에게 알려주길 간절히 바란다. 그렇게 온 여름을 땀 흘리며 뛰어다니고도 아무런 답도 얻지 못한 채 끝나는. 하지만 웃으며 끝나고야 마는 '청춘' 영화, 남색대문이다.

평점 3.5


총평

청춘

 이 영화의 인물들과 그들이 던지는 질문은 모든 면에서 미숙하다. 자신을 정의하지 못하고 주변인의 마음을 알 수 없으며 본인이 처한 상황 역시 이해되지 않는다. 그 속에서 그들이 던지는 질문들은 답을 얻지 못하고 대만의 여름 그 뙤양볕 아래 내팽개쳐진 후 아지랑이만 피어오른다. 하지만 그 누가 이 영화를 미완으로 부를까? 당신의 현재 또는 우리의 과거가 이곳에 있다. 세상도 사랑하는 사람도 심지어 스스로 조차 알지 못해 방황하는 시기는 사람의 삶 대부분을 차지한다. 우리가 자신을 알고 사랑하는 이를 이해하며 세상과 한 몸으로 움직이는 일은 깜빡, 반짝 같은 말로만 표현할 수 있도록 짧다. 이 지지부진한 삶의 모습은 '나'를 바짝 붙어 바라보는 나에게는 초라하지만, 잠깐 시간이 지나면 모두의 청춘이 된다. 그리고는 내가 사랑하는지 아닌지도 모르는 누군가가 남색 대문 앞에 서 가만히 우릴 바라보는 상상으로 미소 짓게 된다.

삶의 답들

 남색대문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미장센에 대한 말을 일절 하지 않았다. 바래고 따뜻한 색과 뭉개진 빛, 아지랑이와 물결에 섞인 습한 공기를 표현한 방식과 인물의 얼굴은 가깝게 전신은 멀게 잡는 등, 연출에 대한 부분은 전부 도려냈다. 의미와 모양을 함께 풀자면 모양이 너무 아름다워 의미가 퇴색될 위험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 역시 안티 플롯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처럼 우연에 기대 사건을 진행하며 모든 상황이 불합리하다. '안톤 시거'라는 악마화된 삶의 불합리에 '아버지의 등불'로 오직 선택을 말하던 그 무형식의 형식이다. 삶의 불합리 속에서 합리적인 답을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고, 선택은 곧 크고 작은 도박이 된다. 그 속에서 커로우는 사랑하는 위에전에게 시하오를 소개하고 본인의 사랑과 관계없는 체육 선생님에게 키스할지를 물어본다. 엉망진창이다. 상황과 행동이 모두 그렇다. 그리고 그 끝에 커로우는 모든 선택을 유보한다. 양화 초장에 던져진 "나중에 우린 어떤 어른이 될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커로우의 질문들은 조금씩 틀렸을 것이다. 하지만 유보한 선택에 대한 답을 알게 될 때까지 커로우는 조금 틀린 질문에서 거의 맞는 질문을 향해 매일 나아갈 것이다.


 각주 ¹ : 체인소맨 레제편이 이 장면에서 영감을 받은 듯하다. 체인소맨 작가는 영화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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